박정희

누가 내 글에 친히 트랙백까지 달아주셔서 가보니, 내 글이 요상하게 개작되어 있고, 그 밑에는 리플들이 주렁주렁...아이고 덜덜덜. 일단 트랙백 달아주신 정성을 생각해 반론을 하는게 예의렸다.




앞선 내 글(박정희와 경제성장)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경제성장에 있어서 1차적 변수는 한민족의 역량이었다. 박정희가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었다. 그러므로 박정희 아니었으면 경제성장 못한다는 주장은 잘못되었다>

이게 민중주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대한민국 경제성장에 있어서 박정희라는 역사적(historical) 개인의 리더십보다 한민족의 역량을 더 결정적이고 펀더멘탈한 변수로 놓는게 "극단적인 민중주의"인가? 민중주의는 대중동원적, 반의회주의적 정치 다이내믹을 묘사하는 개념으로 알고 있는데...  내 주장은 간단하다. 경제성장에 있어서 박정희의 리더십이 substitute factor(대체가능 요소)였다는 거고, 국민 역량이 definitive factor(결정적 요소)였다는 거다. 둘다 def로 보거나 박정희를 def로 보는 입장에 반대하는 거지. 지리적 요건이라던지 미국 대외정책, 세계 경제의 흐름같은 요소는 일단 다른 차원으로 밀어놓고.

그런데 박정희 개인을 def로 놓는게 칼라일적 영웅주의 사관이라는 비판을 받은바 있다. 그럼 나처럼 민족역량을 def로 놓으면 <민중주의>인가? 이거 참 재밌다. 박정희와 경제성장을 논하다 보면 영웅주의 사관과 민중주의 사관을 자기도 모르게 왔다갔다 하는건가. 그런데 영웅주의 사관에 대응하는게 민중주의인가? 이거 부터 좀 따져봐야 할듯.



그리고 내 글을 북한 상황으로 바꿔치기 해서 비판하는데, 이게 좀 흥미롭다. 그 글의 주장을 요약하면 <당신의 글은 김씨부자가 북한 경제 파탄에 있어서 sub에 불과했다는 주장과 같은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가 고려해야할 논증들이 대체로 다음과 같이 나온다.


                     북한 경제파탄                          남한 경제성장

주장1           김씨부자 def  국민 sub              박정희 def  국민 sub
주장2           김씨부자 sub  국민 def              박정희 sub 국민 def

나는 당연히 북한 경제파탄에 있어서는 김씨부자가 def이지만 남한 경제 성장에 있어서는 국민역량이 def었다고 본다. 즉 북한에 있어서는 주장1을 취하고, 남한에 있어서는 주장2를 취하는데, 이 둘이 충돌하는건가? 잘 모르겠다. 얼핏보면 충돌해 보이는것 같기도 한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왜냐하면 나라마다 국민역량이라는 요소와 지도자라는 요소가 경제 양상에 끼치는 영향력은 당연히 다르다. 예를 들어 영국 경제발전을 빅토리아나 엘리자베스 개인의 공으로 돌리기는 힘들지만, 독일 발전의 경우 비스마르크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주장은 수긍할 구석이 있다. 게다가 경제 성장의 경우와 파탄의 경우는 다르지. 원래 똘똘한 국민이 있다고 할때, 무식한 지도자가 와서 이 국민의 역량 발휘를 가로막는 경우가 있을수 있고(이경우 지도자가 경제 파탄의 결정적 요소), 맹물같은 지도자 아래서 국민이 알아서 원래의 역량 대로 경제를 성장시키는 경우가 있고(이 경우 국민역량이 경제 성장의 결정적 요소). 북한 경제 파탄은 원래 똘똘한 국민을 못살게 군 김일성 탓, 남한 경제 성장은 원래 똑똑한 국민 덕분. 이 두 주장이 상호 모순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니까 <북한 경제 파탄에 있어서 김씨 부자라는 요소가 def라는 사실>이, <남한 경제 발전에 있어서 국민역량이라는 요소가 def>라는 내 주장의 근거를 약화시킨다던지, 반증이 될수는 없다.




아무튼 이게 내 반론아닌 반론이고, 이제 이걸 본인 블로그로 가져가 뭐라고 하시던지 나는 상관안하겠다. 트랙백 핑퐁은 하기싫다능... 그리고 이 듣보잡을 너그러이 봐주시어 좀 살살다뤄주시라능...


ps. substitute는 <부차적>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대용적인> <대체의>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substitute food 를 대용식이라고 한다. 어의를 좀더 살리려면 substitutional (대체가능한)이 낫긴 한데, 그냥 귀찮아서 저렇게 썼다. 사실 시비를 피하려면 subordinate(부차적인)이란 단어를 쓰는게 낫고, 아예 한글로 쓰는게 제일 좋은데, 부차적이라기 보다는 <대체적>이라고 하는게 좀더 정밀한 의미가 되는 것 같고, 또 영어를 쓰면 뭔가 좀더 의미를 확정짓는 듯한 분위기가 풍겨서 한번 저렇게 써봤다... 나도 영어 간지좀 부리고 싶다능....



by 20th소년소녀 | 2008/07/20 16:26 | 트랙백(1) | 핑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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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nuordr's me2.. at 2008/07/20 21:39

제목 : nuordr의 생각
"빈곤을 해결한 것은 공산주의나 맑시즘이 아니라 월마트입니다" -> 그런데 월마트가 의존한 싸구려 상품들은 '공산주의' 중국으로부터 수입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more

Linked at GeneralFeldlober.. at 2009/06/06 06:16

... 박정희물론 이 글을 쓰신 분 링크로 들어가니 보수 연합이 나와서 내심 당혹스러웠는데...물론 주변에서 수꼴 소리 듣고 보수주의 원류 따지자면, 에드먼드 버 ... more

Commented by 보수연합 at 2008/07/20 19:49
님은 젊은 시절 맑시즘을 종교처럼 삼고 살아온 듯 보입니다. 대한민국에 애정이 지나쳐 이승만과 박정희, 암울했던 군부독재 역사속에서도 선배들이 이룩해왔던 업적과 고민의 흔적은 지우고 싶고, 그 과정속에 발생한 과오와 필요악을 돋보기로 확대하여 대한민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문제 많은 신흥경제강국으로 둔갑시켜 놓는 재주가 있네요. 진중권과 김대중을 매우 cool 한 인물로 평가하고 보수지지층들은 무슨 기득권이 있어 보물단지 숨기고 살아가는 족속으로 보십니까? 경쟁보다는 분배가 세계 강대국을 이끌어 온 것일까요? 빈곤을 해결한 것은 공산주의나 맑시즘이 아니라 월마트입니다.
Commented by 구데리안 at 2009/03/06 12:56
무슨 박정희 비판만 하면 맑시즘이라 합니까... 맑시즘이 뭔지 궁금하군요...
Commented by 글쎄요.. at 2008/07/21 10:42
원래 똘똘한 국민을 파탄시킨 것이 지도자 책임이라면, 그들을 이끌어 성장시킨 것도 똑같은 논리로 보면 역시 지도자의 영향이 큰 것도 사실이 아닐까요?
sonnet님은 그런 논리의 오류를 지적하신 듯한데..
그리고 박정희가 맹물같은 지도자였나요???
Commented by 비로긴 at 2008/07/21 12:58
사회생활 조금만 해보면 답이 나오죠.
팀원들 아무리 역량뛰어나고 팀웍 좋아봤자 팀장 하나 잘못만나면 어느새 산으로...
제 생각도 이 글과 비슷한데요,
일단 국민적 역량이 뛰어난 상황에서 북한처럼 실패한 경우는 지도자의 책임이 100일수 밖에 없고,
모순점들이 있을지라도 일반적으로 성공한 경우 그 성공의 몫이 꼭 지도자몫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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